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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자 혹한기, 스타트업의 내부 관리가 중요할 때
오소정 2023-12-18 조회수 89

강민구 이사 

 

기업 탐방을 갈 때나 포트폴리오 기업의 현황을 물을 때, 회사의 대표님들 혹은 리더십 구성원에게 “매일 출근하셔서 보시는 대시보드나 현황 자료를 보여주시겠어요?” 라는 질문을 던져 볼 때가 있습니다. 리더 또는 구성원들이 현재 회사의 주요 지표들, 매출과 비용 현황, 진행 중인 사업의 기대 숫자, 사업 단위 투입 인원과 비용, 마진율, 주요 업무의 진척도 등을 아주 선명하게 기억하고 자주 업데이트해 가는 곳도 있지만 장기적으로 프로젝트를 만들어 가야 하는 사업이라든가 창업자 그룹이 주로 바깥 일을 해야 하는 경우에는 매일의 과업을 해결해 가느라 현실적 지표들을 놓치는 경우도 많습니다. 삼십 명도 안 되는 회사인데, 어떤 직군이 몇 명이고 대략 얼마의 예산이 각 팀에게 투입되고 있는지, 사업 별 손익, 일 진행은 어떻게 되는지 바로 답하지 못하는 팀도 많습니다.

 

사람의 정신적 에너지는 누구에게나 한계가 있기 때문에 협력하는 외부 파트너들과의 논의, 당장 외부에 제공해야 하는 여러 세일즈 자료들은 신경쓰면서도, 오늘의 현황을 파악하거나 지금 가는 길이 맞는 길인지 확인하는 일은 멀리 하고, 당장 해 온 것을 해야 할 것 같아서 진행하고 있는 관성을 놓기 어려운 것이 사업이라는 전쟁터의 현실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사업이든 투자든 행위의 핵심은 ‘좋은 리소스를 모아 놓고 어떤 방향성으로 그 리소스를 효율적으로 배분해서 주어진 시간과 자원이라는 제한 내에 사업적 결과를 만들어 낼 것인가’ 를 결정하고 운영하는 의사결정이라는 것을 생각하면, 매일의 확인이라는 것은 지극히 기본적이고 루틴한 활동이어야 합니다.

 

투자 유치를 위한 IR 시즌이 되면 리더 그룹은 잘 정리된 IR 자료를 만들고, 목표를 제시하고, 현황과 숫자를 설명하고, 시장과 회사의 줄다리기 속에서 사업을 정당화하며 때로는 주장하고 타협하는 과정을 거치게 됩니다. 하지만 개인적으로는 IR 때만이 아니라 각 조직들은 항상 자신들만의 IR 자료를 업데이트하고 상기하며 매일을 보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듣고 보면 참 좋은 이야기인데, 슬프게도 작은 기업들은 이런 일을 정리할 수 있는 사람도 시간도 부족합니다. 무언가를 정리하며 일한다는 것은 업무를 하는 척하는 시간이 될 가능성도 높고, 굳이 했던 일을 따로 정리하고 보고하고 회사의 비전 목표에 따른 KPI 를 비교하기 위해 시간을 추가로 할애하는 상황을 만들게 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대체로 업무를 잘 한다고 하는 팀들은 자연스럽게 내부 관리를 하며 전체의 목표와 현황을 놓고 그것에 일과를 맞춰 보는 문화나 시스템을 통상 갖고 있다는 점을 무시하기 힘듭니다. 

 

다시 처음의 질문으로 돌아가 ‘오늘 아침에 출근해서 어떤 대시보드나 자료를 보면서 오늘의 현황을 파악하고 어떤 일을 하고 어떤 문제를 해결해야 하는지를 확인했을까’ 라는 문제를 생각해 봅시다. 매일 COO 그룹이나 PM 직군에서 이런 것들을 정리할 수도 있지만, 때로는 조직의 많은 행위들이 자동으로 취합되고 알아볼 수 있게 만들 수도 있을 것입니다. 아주 사소한 일례로 ‘요청한 그 자료 다 됐어?’ 라는 질문을 자주 주고 받아야 하는 팀과, 말하지 않아도 언제까지 완료될 것이고, 완료된 일을 관련된 사람들이 모두 즉시 인지할 수 있는 팀의 속도 차이는 어디에선가 발생하게 됩니다. 그리고 이런 개별 업무들이 취합되고 쌓여서 오늘의 진척도를 확인 가능한 형태로 정리하고, 그것이 전체의 목표나 손익과 어떻게 연결되는지를 자동화하고 신속하게 확인할 수 있다면 조직 전체가 어떤 모습으로 일하게 될는지 누구나 흐뭇하게 상상해볼 수 있습니다. 

 

관리를 위해 유별난 업무를 별도로 하지 않아도 정리를 도와주는 여러 툴들은 전 세계에 아주 많이 존재합니다. 혹여 굳이 새로운 툴을 도입하지 않더라도 업무 프로세스나 보고 방식, 메신저 커뮤니케이션을 바꾸는 것만으로도 비슷한 효과를 만들 수 있습니다. 많이들 사용하는 클라우드 메일 서비스의 태스크 연동 기능을 통해서나, 메일그룹의 활용이나 메일 사용 규칙, 개인 단위가 아닌 프로젝트나 작업 단위의 팀 캘린더를 활용한 스케쥴링만 잘 활용하더라도 작은 팀 내에서의 충분한 업무 정리는 가능합니다. 일간으로 혹은 주에 1-2회 정도 매니저 그룹이 이런 정보들을 간단히 커피 마실 시간 정도를 들여 확인하고 가공하는 것으로도 경영진의 현황 이해를 크게 도울 수 있습니다. 정 안된다면 잘 보이는 곳에 화이트보드 현황판을 놓고 퇴근하며 무얼 했는지 색칠이라도 하고 가도록 하거나, 조금 우습지만 업무 단위가 끝난 다음에 사무실에서 동료나 관리자에게 큰 소리로 “다 됐어요!”, “오케이, 다 됐답니다!” 라고 서로 외치는 것만으로도 변화를 줄 수 있을지 모릅니다.

 

매일 변동하는 사업 지표를 가지는 특성있는 사업이라면, 개발 직무 아닌 사람들에게 어려운 DB 접근을 위한 별도의 웹 툴을 복잡하고 비싸게 만들필요는 없습니다. 숫자를 집계하고대시보드와 같이 동작하게 하고, 필요한 가공 자료를 매일 아침 자동으로 추출해 사람들에게 송부하는 일은 클라우드 스프레드 시트를 통해서도 가능합니다.

 

투자 유치가 어려운 시기이니 빠르게 손익을 달성해야 한다, 사업 마일스톤 달성을 바탕으로 기업 가치를 정당화해야 한다, 효율화해야 한다, PR을 더 잘 해야 한다, 더 큰 계획을 제시해야 한다 등 결론적으로 필요한 것들에 대해서는 모두가 알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그런 결론이나 결과를 달성하기 위해 전체의 목표를 항상 상기하며 오늘의 현황을 어떻게 이해하고 대응하고 있는지와 같은 매일의 구체적인 일들은 놓치고 갈 때가 많습니다. 많은 경우는 그렇게 취합된 자료들이 메일로든 파일로든 팀원들끼리는 깔끔하게 정리를 하고 있는데, 그걸 열어보기조차 귀찮은 리더들이 따로 별도 포맷으로 요청을 한다거나, 정리를 하도록 한 것을 까먹고 보지도 않는 등 프로토콜을 어기는 경우도 많습니다. 대표님, 팀 리더, 구성원들은 우리 회사, 우리 팀, 나의 현황을 얼마나 자연스럽게 파악하고 계신가요? 우선 다들 어떻게 일하고 있는지 한 번 물어봅시다.

 


에스브이인베스트먼트 VC부문 강민구 이사